개발자의 현재와 미래를 논하다.

2008. 10. 1. 13:44Software Development


'막장'과 '삽질'로 표현되는 우리나라 SW개발자 세계의 모순을 개선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 것은 이미 오래전 일이다.

그런만큼 단순 문제제기는 뻔한 얘기의 반복일 뿐이다. 쉽지는 않겠지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행파일이 논의되어야할 시점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27일 오전 숭실대학교에서 열린 '2008 대한민국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개발자의 현재와 미래'를 주제로한 좌담회가 열려 눈길을 끌었다.

◇(좌측부터) 이병희 모자이크넷 대표이사, 옥상훈 한국SW아키텍트연합회 공동의장, 백용규 한국SW아키텍트연합회 공동의장, 허광남 OKJSP 운영자, 고덕한 자바모델링 운영자. 사진=모자이크넷

이병희 모자이크넷 대표의 사회로 진행된 이번 좌담회는 유명 개발자들인 옥상훈 한국SW아키텍트연합회 공동의장, 백용규 한국SW아키텍트연합회 공동의장, 허광남 OKJSP 운영자, 고덕한 자바모델링 운영자가 참석해 우리나라 개발자 세계를 놓고 의견을 교환했다.

다음은 좌담회 내용을 정리한것이다.

이병희 : 개발자라고 했을때 요즘 어떤게 이슈인지 궁금하다. 한가지씩만 말해달라.

옥상훈 : 개발과 관련해 요즘 떠오르는 단어는 세가지다. 첫번째는 커뮤니케이션이다. 앞서 안철수 의장도 충분히 얘기했던 문제다. 커뮤니케이션 못하는 개발자는 앞으로 힘들어진다. 두번째는 크레에이티브다. 세번째는 플랫폼이다. 네트워크가 활발하지 않았던 시대에는 책상앞에서 모니터보면서 혼자 했지만 지금은 오픈소스SW를 활용해 전세계와 연결된 상태에서 개발한다. 애플 앱스토어나 구글 안드로이드는 개발자들이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사업 기회를 만들수 있는 매력적인 플랫폼이다.

백용규 : 서비스 업계 상황을 몇가지 말하고 싶다. 올 상반기 대부분의 대기업 산하 IT서비스 업체들이 해외 진출을 많이 했다. 그러나 국내 SI 물량은 줄었다. 어려운 상황이다. 이외에 주목할만한 것들은 오픈소스SW를 활용한 시스템 구축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허광남 : 자바 스크립트, 리치 인터넷 애플리케이션(RIA), 유저 인터페이스가 이슈다

이병희 : 개발자들이 코딩 중심에서 벗어나 아키텍트로 가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어떻게 가야 하는가?

옥상훈 : 나도 처음부터 고급 개발자는 아니었다. 지금도 그렇다고 말하기는 뭐하지만... 예전에 프로그래밍 배울때는 수첩을 항상 갖고 다니면서 고수들이 문제를 풀어가나는 과정을 기록했다. 아키텍트는 아키텍처에 대한 관찰력에서 시작된다. 모든 현상을 관찰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거기서 정보를 분석하고 패턴을 도출할 수 있어야 고급 개발자가 될 수 있다. 이런 사람들이 아키텍트 후보다.

백용규 : 놀라운 사실은 실업자는 60만명있다고 얘기하고 재취업도 어렵다고 하는데 프로젝트 현장에 가면 빈자리가 많다는 것이다. 기업들은 사람 찾으려고 많은 면접을 보는데, 회사 스텝들이나 위에 있는 임원들은 고급 인력 수급이 안되는 것에 애로사항을 겪고 있다. 프로젝트 현장에 가도 마찬가지다. 특히 인력 부족에 대해 이야기 한다. 왜 이런가?

첫째는 우리는 고급 인력을 찾고 있다는 것이다. 개발자도 가치가 있다. 그러나 가치란게 본인이 생각하는게 있고 사회 통념적인 것도 있다. 경력과 관련해 개발자는 초급, 중급, 고급으로 나눠지는데 우리가 찾는 사람은 중급 이상이다. 직접 투입해 활용할 수 있는 인력을 원한다. 개인적으로 아키텍트 업무를 하고 후배들 보면서 느끼는게 개발자에서 아키텍트로 전환이 잘안된다는 것이다. 개인 문제일수 있지만 조직적인 문제도 있다.

인력 구조에도 문제가 있다. 국내 산업에선 정규직과 비정규직 문제가 발생한다. 산업 구조의 체인 자체가 많이 약해지고 있다. 건설업과 비슷하게 계속 하청이 이뤄지고 있다. 정부 기관이나 기업들에서 5년전부터 아키텍트에 대한 이슈가 나왔다. 그래서인지 개발자로 시작해서 관리자나 아키텍트로 갈 수 있는 길이 조금씩 열리고 있다.

고덕한 : 요즘에는 개발자 수급이 많이 부족한 실정이다. 시장에서 개발자가 모자란다. 개발자가 더 고생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병희 : 개발자로서 미래를 위해 준비해야할 것은 어떤 것들이 있나.

고덕한 : 기업은 중급 이상을 원한다. 대학생들은 일을 하고 싶은데 취업은 잘안된다. 마인드가 부족하다는 생각도 든다. 프로답게 일하려는 마인드가 필요하다. 기술적인 것은 아파치 등에 가보면 오픈소스로 나와있는게 많다. 오픈소스SW를 공부하다보면 실력도 많이 늘고 다른 사람도 알 수 있다. 현업에서도 오픈소스 기술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

허광남 : 초보나 입문하는 개발자들에게 하고 싶은 얘기는 책을 멀리 하지 말라는 것이다. 아무리 야근하고 여자친구가 있어도 책을 놓아서는 안된다. 계속해서 공부하지 않는 개발자는 개발자가 아니다. 개발자의 기본적인 마인드는 기술에 대한 단련된 체력, 다시 말하면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일 수 있는 능력이다. 이런 것들을 키워야 한다.

또 컴퓨터만 보지 말고 비즈니스와 사람도 봐달라고 당부하고 싶다. 안 의장도 얘기했지만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키우라고 말하고 싶다. 시키는대로만 하는 개발자가 많다. 그러나 지금은 설득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해졌다. 클라이언트와 협상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이병희 : 주변에 4년차, 5년차되는 개발자들이 고민을 많이 한다.

옥상훈 : 개발자로서 4년차, 5년차되면 비전을 많이 생각할 것이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2~3년차일때 회사 자주 옮기면서 연봉을 올렸다. 경험상 회사는 옮겨다녀야 연봉이 오르는 것 같다.(웃음) 개발자 시작할때 이 자리에 앉아 다른이에게 조언을 하게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나는 책을 많이 사봤다. 커뮤니티에서 하는 스터디 다니면서 사람들과 친분도 쌓았다.

앞으로는 기술적으로 오픈되고 네트워크화된 환경의 플랫폼에서 돌아가는 것을 만드는 개발자들이 각광받을 것이다. 창조성이 있다면 금상첨화다. 개방형 기술에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 MS가 좋다 자바가 좋다기 보다는 한가지는 최고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백용규 : 옥 회장과는 생각이 조금 다르다. 4~5년차는 조직안에서는 대리급이다. 이정도되면 프로그램에 대해 많이 익숙해진다. 대기업에 들어오는 신입사원들은 대부분 프로그래밍을 못한다. 자바도 스탠더드만 하지 프레임워크까지 쓸 수 있는 사람 별로 없다. 그러다가 4~5년차가 되면 한 언어에 대해 프로그램을 만들고 DB에 넣고 업무를 할 수 있는 수준이 된다.

이 시기에 이직을 많이 하는데 겸손해지기를 바란다. 이 시기에 잘못하면 잘못된 길로 갈 수 있다. 하나만 갖고 업계에서 자기 가치를 보여주기는 힘들다. 현재 IT기술은 세분화되고 있따. 4년 경험이 전부가 될 수 없다. 때문에 겸손해지길 바란다. 기술을 하나만 보지 말고 횡으로도 볼줄 알아야한다. 자바도 마찬가지다. 자바 하나만 잘한다고 기업이 인정해줄지 모르겠다. 자바도 여러 프레임워크가 있다. 광범위하게 봐달라.

이 시기에는 두가지 경력을 고민해야 한다. 과장을 바라보고 8~9년차에 도전할것인지 아니면 매니저가 될것인지 의사 결정을 해야 한다. 대기업들은 4~6년차까지는 조직안에서 순회를 시킨다. 그 다음에 SM, 개발, 컨설팅을 시킬지를 놓고 경력을 조정하게된다.

로우 기술도 잘아야 한다. 자바를 잘안다, API를 잘안다보다는 근본적으로 데이터 구조, 알고리즘, OS에 대한 구조적인 지식을 가져가길 바란다. 이 시기에는 회사에서 한가지만 보지 말고 다른 팀도 보고 조직안에서 학습을 해야 한다. 엔지니어들은 이 시기에 자기것만 보는 고집이 생기는데 다른 것도 봐야 한다. 이를 기반으로 아키텍트로 가기를 권고한다.

이병희 : 제도적인 문제도 있을 것 같다.

옥상훈 : 제도를 말하면 끝이 없다. 첫번째는 개발 문화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 야근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점심 사줄테니가 나와서 일해라"는 문화다. 우리나라의 SW 관련 제도는 쇄국정책 수준이다. 공인인증이나 액티브X는 역사적으로 쇄국정책 수준의 제도를 유지하고 있다. 이틀안에서 우리 개발자들이 살고 있다. 개선해야하지만 다루기가 쉽지 않다. 오래된 정책의 뿌리에 기반해 먹고사는 사람들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개발자들은 착한 것 같다. 나와서 촛불들고 투장하라는 것은 아니지만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의사를 밝혀야 한다. 한가지더 말하자면 언론들에서 개발자들이 안좋게 비춰진것 같다. 앞으로는 잘되는 개발자들을 키워주고 국가적으로 멘토해주는 제도가 나와줬으면 좋겠다. 해외 개발자들을 초청하는 것이나 개발자들이 외국 컨퍼런스에 참가하는데 있어 정부 지원도 있었으면 좋겠다.

백용규 : 민감한 질문이다. 올해 되면서 많이 힘들어진게 사실이다. 정부가 바뀌면서 IT쪽에 있는 사람들인 의기소침해 하는게 사실이다. 제도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은 첫째는 국내에 있는 커뮤니티들이 목소리를 냈으면 한다. 개인적으로 하는거와 단체가 하는 것은 다르다.

그러나 제도자체를 바꾸는데는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다. 개발자들이 커뮤니티 모임이나 기술을 다루는데 있어 한국에서만 하지 말고 세계를 향해 글을 쓰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한국에서 만든 자바 기술이나 경험이 표준화될 수 있도록 시도해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허광남 : 정부 예산중 개발자에게 돌아오는 것은 없다고 본다. 그러나 정부 시책이 좋아서 구글이 구글맵을 만들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기업과 개발자 능력으로 변화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정부에 말하고 싶은 것은 6시면 무조건 퇴근하는 제도같은 것이다.(웃음). 개발자들 불쌍하다. 프로그램이 꼬이면 인생이 피폐해진다. 개발자들이 사무실에만 있어야 한다는 것은 쓸데없는 속박이다. 개발자는 생각의 노동이기 때문에 일하는 공간 자체가 갖는 의미는 약하다.

고덕한 : 우리나라 커뮤니티가 과거에 비해 줄었다. 커뮤니티 리더들의 생활여건이 좋아지지가 않았다. 먹고살기 힘들다. 예전에는 의무감과 사명감으로 콘텐츠를 만들었는데, 이제 힘들다. 커뮤니티 리더들이 커뮤니티만해도 먹고사는 길이 만들어지면 목숨걸고 콘텐츠 만들 것이다. 정부에서 대학내 자바 교육을 커뮤니티 리더들에게 맡기면 어떻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정부 프로젝트 1%만 커뮤니티 리더들에게 주는 것도 어떨까 싶다.

출처 : ZDNet Korea